winterjung blog


2019년 회고, 이렇게 살았습니다

2019년 한 해 어떻게 살았는지의 기록

3년 만의 회고 글이다. 1여 년만의 블로그 글이기도 하다. 작년 11월에 레이니스트뱅크샐러드를 만든다에 입사해 1년간 백엔드 개발자로 일해왔는데 하루하루 배우고 성장하면서 정작 그걸 정리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더 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작년에도 다른 개발자분들의 회고 글들을 읽고 공유하며 나도 글을 쓰자 생각은 했으나 회사에 적응하고 일이 바쁘단 핑계로 실천하지 못했다. 지금도 요 한 달간 주변인들에게 블로그 글 쓴다, 회고 글 쓴다고 말해왔지만 정작 글을 쓰는 건 일 년의 마지막 날이니 앞으로도 일과 삶을 적절히 나누는 게 나의 중요한 과제겠다.

올해를 돌아보니 학교와 일과 새로운 적응이 혼재됐던 작년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삶이 회사와 동료, 가족과 함께였고 그러면서 내가 개발을 하는 이유어떻게 살고 싶은가 고민했던 한 해였다. 그동안은 그냥 재밌게 만들고 개발이 즐겁고 새로운 걸 배우고 써보고 구현하는 행위 자체가 좋았는데 나를 좀 더 알아갈수록 그 안에서도 취향이 있고 방향이 있고 원하는 모습이 있었다. 아직 답이라고 찾은 건 없지만 계속 고민해 나간다는 게 또 하나의 즐거운 일이 되겠다.

공유와 피드백

블로그 글로 많은 걸 공유하진 못했으나 회사 내에서 혹은 콘퍼런스에서 여러 방식으로 내가 아는 것을 나누기도 하고 여러 사람과 의견을 주고받았다. 크게 발표와 코드리뷰라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런 공유와 피드백이 올해 나를 가장 성장시켰다.

발표

올해 4개의 발표를 하며 준비할 때마다 힘들다는 생각을 매번 했지만, 또 이렇게 했던 걸 돌아보니 좀 더 나누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도 있다.

pycon presentation picture
파이콘 발표 준비 중

콘샐러드는 뱅크샐러드에서 주최하는 자체 콘퍼런스며 기술, 적응, 파이썬 등 매번 다른 주제를 다룬다.

3차 콘샐러드 발표 - 뱅크샐러드 파이썬맛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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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영상

3월에 발표한 내용이다. 4개월간 일하며 뱅크샐러드의 백엔드 팀이 왜 파이썬을 사용하고, 어떻게 활용하고, 같이 잘 일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나름의 정리를 해 공유했다. 그러면서 입사할 때부터 당연히 있었던 환경들에 대해 왜 이렇게 되어있나를 고민할 수 있었고 더 개선할 점들도 짚어볼 수 있었다.

다른 발표를 볼 때마다 항상 '그래서 이 개념을 코드로 어떻게 나타낼 수 있을까' 궁금해 왔었고 또 아쉬워도 했었는데 그런 경험에 비추어 간략하게나마 이런 개념을 적용해 어떤 식으로 코드를 짤 수 있다를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2019 4월 격월 세미나 - 귀찮은 프로젝트 셋업, 이젠 찍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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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영상

위에서 발표한 내용에서 간략하게 언급하고 넘어갔던 프로젝트 템플릿을 주제로 얘기했다. 파이썬으로 협업할 때 PEP-8에 적혀있지 않은 컨벤션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합의한 rainist/styleguide. 지금까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패턴화된 파이썬 프로젝트를 더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cookiecutter 파이썬 프로젝트 템플릿인 rainist/python에 관한 얘기를 담았다.

테스트 코드가 프로덕션 서비스를 넘어서 이런 템플릿 프로젝트에서조차 어떻게 귀찮음을 덜어내고 자신감을 높여줄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파이콘 한국 2019 발표 - 파이썬 3.7 어찌 그렇게 빨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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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영상

이번에는 정말 파이콘에서 발표하고 싶었고 여러 주제를 고민했다. 주로 경험 얘기를 할까, 지식 얘기를 할까를 고민했는데 그동안의 발표로 경험에 관해선 어느 정도 풀어봤으니 지식을 정리해 전달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러다 보니 발표를 준비하면서도 '이런 내용은 찾아보면 다 나오는 얘기인데 이대로 가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더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가장 도움이 됐던 건 주변인을 대상으로 한 리허설 발표였는데 피드백을 통해 어느 정도로 깊게 다뤄야 하는지, 부족한 부분은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 발표는 더 깊게 알고 싶은 사람들에겐 아쉬움을 주었던 발표라 생각하지만, 그동안 내가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던 파이썬 생태계에 조금이나마 기여했단 점에 의의를 둔다.

5차 콘샐러드 발표 - 오픈소스 라이브러리 개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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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영상

2018년 파이콘에 지원했다가 떨어져 아쉬움에 개인적으로 공개했던 자료를 다시 한번 가다듬어 발표한 내용이다. 시기적으로 2019 파이콘 발표가 끝나고 1주일 후에 바로 하는 발표여서 정말 도전적이었다. 그냥 파이콘에서 했던 내용 그대로 발표했어도 되는 자리였지만 주말에 발표를 들으러 온 사람들을 생각하니 어차피 나중에 공개될 내용보단 다른 내용으로 발표하는 게 모두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twitter capture
예전에 공개했었던 내용

그때와 비교하면 내용을 무척 많이 보완했다. 준비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발표 후에 후기를 찾아보니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함과 피드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도 여러 사람의 발표와 자료에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이 자료 또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내년엔 또 어떤 발표를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발표뿐만 아니라 글로도 더 많은 공유를 하는 한 해가 되어야겠다.

코드 리뷰

혼자서 프로젝트를 할 땐 리뷰라는 과정이 없다. 항상 이렇게 하면 되나, 이 방향으로 가면 될까 고민하며 찾고 최대한 옳은 방법으로 하려 해도 피드백을 받을 수 없었다.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기여를 하며 의견을 나누고 목적에 맞게 가고 있는지, 이 변화가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바와 맞는지를 얘기할 수 있었으나 소통의 어려움은 언제나 존재했고 서서히 관심은 적어져 갔다. 그러던 차 입사 후에 겪은 개발 문화는 소중한 경험들이었다. 그 중 코드리뷰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프로젝트와 팀을 넘어서 누구에게나 리뷰를 받을 수 있고 어떻게 하면 서로 더 좋은 리뷰를 줄 수 있을까 고민하며 개선하며 서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다 같이 키워나가고 있다.

github profile contribution graph
GitHub contribution 그래프, 이전과 비교하면 코드 리뷰의 비중이 늘었다.

더 좋은 코드 리뷰를 위한 글은 한국어로나 영어로나 많이 존재하는데 이런 자료를 공유하면 모두가 중요시하고 하나씩 실천해나가는 모습 덕에 나도 더 적극적으로 리뷰하고 학습하는 한 해였다.

기억에 남는 일(work)

올 한해는 회사에서 많은 성장을 했다. 처음엔 일을 과하게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점차 비중을 맞춰가고 있다. 처음엔 서버 엔지니어로 앱과 직접 맞닿아 있는 기능을 구현하다가 데브옵스, 인프라 영역을 접하며 지금은 주로 foundation 조직에서 일한다. 그 과정을 겪은 경험에 관해 쓰고 싶은 내용은 많으나 어떤 형태로든 공유할 때가 올 테니 간략하게 정리만 해둔다.

  • Rainist/styleguideRainist/python 공개
  • 처음 경험해본 폐쇄망 & IDC 환경
  • 백지에서 시작한 IaC, CI/CD 파이프라인
  • Hashicorp의 Vagrant, Packer, Consul을 써보다
  • 테크스펙으로 시작하는 개발 프로세스
  • 2019 aws re:invent 출장

잘한 일

  • winterjung.dev 도메인을 샀다. 기존의 winterj.me 도메인보다 직접적으로 나를 드러내는 용도로 쓰려 한다.
  • 그동안 10년 넘게 가져왔던 아이디에서 벗어나 winterjung, me@winterjung.dev로 천천히 이관하고 있다. 그러면서 레거시 청산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 나에 대해 좀 더 알아갔다. 혼자였다면 물 흐르듯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아갔을 나에게 항상 영감을 주는 사람들에게 고맙다.
  • 다양한 전시, 페어를 관람했다. 직접적인 영감을 받진 못하더라도 언제나 좋은 영향을 끼치고 나에게 극히 협소했던 예술이란 영역을 더 넓혀주는 소중한 경험들이다.
  • 9월쯤부터 PT를 받기 시작했는데 개인 운동도 꾸준히 나가면서 몸이 좋아짐을 느낀다. 탄수화물을 멀리하고 단백질을 가까이하는 식단관리도 하면서 지내는데 소소하게 즐겁다.

내년엔

  • 나한테 맞는 쉼의 방법을 찾고자 한다.
  • 스킨스쿠버 어드밴스드 코스를 수료해 더 다양한 물속 세계를 탐방하고 싶다.
  •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영역의 공백을 메꿔 공유할 것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년에도 모두가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